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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책 '판매부수 조작' 논란으로 벌어진, 문체부+작가 vs 출판계 상황 정리
    이슈저장 2021. 5. 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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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시장 투명성을 위해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운영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

     

    동아일보 기사 캡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45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8년부터 출판유통통합전산망(출판전산망)사업을 추진했다. 이미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올 9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출판전산망은 책이 어디서 얼마나 팔렸냐를 코드로 투명하게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텝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해 영화계에서 통합전산망으로 관객수를 명 단위로 파악하는 것처럼, 출판계 역시 투명하게 책 판매부수를 집계하려는 것이다.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6일 출판전산망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문체부는 출판전산망이 구축되면 작가와 출판사가 실시간으로 책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어 출판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반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하지만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이날 사업설명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 출판사와 유통사 등 약 700개 출판사가 소속된 출협이 출판전산망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출판사들에 전산망 참여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정부가 자신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출판전산망 사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두 손 두 발 다 들고 환영하는 작가들

     

     

    최근 공상과학(SF) 출판사 '아작'이 장강명 등 여러 작가의 인세를 누락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장강명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달 1일 아작출판사가 저와 다른 저자들에게 계약금 및 인세 지급 누락,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 오디오북 무단 발행을 사과했습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문학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작가들이 얼마나 참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천 명이 넘는 작가들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52.9%가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가만히 있다고 답한 작가가 64.1%였다. 응답자 36.5%는 인세를 현금이 아닌 책이나 구독권 등 기타 물건으로 받았다고 답했다. 얼마나 쪼잔한 짓인가.

     

    '아작 사태'는 부당한 일을 당하는 건 신인작가뿐만이 아니라 유명 작가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개인 대 회사로 싸워야 한다. 그러니 출판계에서 책 판매부수를 속여 작가에게 갈 인세를 눈앞에서 가로채도 아무 말도 못 했던 것이다.

     

    출판전산망이 필요한 이유다. 문체부는 출판전산망을 구축해 작가와 출판사가 실시간으로 책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출판시장의 투명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 출판계의 변명 "출판계의 관행이 아닌 일부의 일탈"

     

    지난 13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문체부 보도자료에 대한 문제제기 발표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문 일부다.

     

    이번 사건은 아작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장강명 작가는 이번 아작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 이전에도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활발하게 책을 출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어느 출판사에서도 이번 일과 같은 계약위반이 벌어졌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략) 한국의 출판계에서 이번 사태는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라는 것입니다.

     

    출협은 "인세 누락은 출판계의 관행이 아니라 일부의 일탈이다. 그런데 왜 전산망을 도입해서 전체를 통제하려는 거냐"라고 반발하고 있다.

     

    발표문이 공개된 후 장강명 작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출협은 발표문을 내기 하루 전날 저에게 유통 담당 상무 명의로 메일을 보내 아작 출판사 이외에 제가 겪은 다른 인세 지급 누락 사례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답장으로 아작 외에 다른 출판사와 작업하며 제가 겪은 다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 출판사들이 아작보다 작은 회사가 아니며, 작가가 그런 경우 왜 인세 누락을 파악하기 어려운지도 설명드렸습니다. 다만 그 출판사들이 아작과 달리 저에게 먼저 인세 누락 사실을 알려 왔고 성실히 사과한 만큼, 더 공론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출협이 협회 차원에서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답장했습니다.

    그렇게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엉뚱한 내용으로 발표문을 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강명 작가의 말이 사실이라면(아마 사실이겠지만), 출협은 대부분 '소설가' 출신이라고 확신한다.


    # (+추가) 표준계약서, 작가 vs 출판계 팽팽한 대치

     

    1월 출판계는 한발 앞서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주요 출판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었다. 출판계의 표준계약서에는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 계약기간을 ‘10년’으로 정한 내용이 포함됐다. 출판물에 투자하기 위해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통용됐던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것이다.

     

    반면 문체부는 2월 공개한 출판 표준계약서에서 계약기간을 공란으로 뒀다. 저작권자와 출판사가 합의하에 계약 기간을 정하도록 한 것이다. 또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주는 내용도 포함했다.

     

    작가들은 출판계의 표준계약서가 '노예 계약'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2차 저작권을 출판사에 위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출판사의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이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를 지지하는 반면 출판계는 문체부의 표준계약서가 출판사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보며 인권위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사실상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를 사용해야만 정부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어 "강제성이 있다"라고 불만을 말한다.

     

    현재 출판계는 메이저 출판사로 분류되는 10여 개 출판사 외에는 대부분 적은 수익을 내는 구조다. 그렇기에 문체부의 출판 표준계약서는 지원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출판사에게는 큰 압박이 된다고 반발한다.


    # 끝으로

     

    어디서나 벌어지는 자본과 권리의 싸움이다. 다만 출판계가 작가와 출판사의 공생이라는 특수한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끝으로 장강명 작가의 말을 덧붙인다.

     

    만약 문체부의 대책이 한심한 내용이라면 출협이 해야 할 일은 보다 나은 협회 차원의 개선 방안이나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부정하지 마시고, 왜 이런 실수가 빚어지는지 실태 조사부터 벌여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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