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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인은 동고동락한 '전우' 때문에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생각저장 2021. 5. 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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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들은 동료애와 부대단결을 가장 중요한 전투 동기로 강조해왔다. 이라크 전쟁의 독특함은 이전가지 무시되어 왔던 도덕적 가치가 병사들에 의해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미군 병사들은 이라크 주민들의 환영과 어린아이들의 미소를 통해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전투 동기로서 도덕적 가치가 부활한 것이다. 미 국방부 플리커

    인간에게 '생존'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이다. 인간의 생존이 가장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단연 전쟁이라 할 수 있고, 군인은 전쟁에서 '무언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운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2차 세계대전 당시 / 연합뉴스

    미국 군사회학자인 사무엘 스토퍼는 2차 세계대전 참전 병사들을 대상으로 '전쟁 동안 싸울 수 있도록 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병사들은 '전쟁을 빨리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가장 많이 대답했고, 다음으로 '전우들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애국심, 충성심, 이데올로기 같은 고상한 명분은 전투 동기의 결정적 요소가 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총 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Men Against Fire, 1947)'이란 책을 쓴 마셜 장군은 "병사로 하여금 계속 전투에 임하게 하는 가장 단순한 진리는 동료의 존재 그 자체"라고 단언했다. 그의 말처럼 '동료'는 진영과 관계없이 군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투 동기였다.

    이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한국전쟁의 전투 동기를 분석한 로저 리틀은 "수개월씩 함께 전투에 참여한 전우들 간에는 견고한 전우애가 형성되었고, 이것이야말로 생존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베트남전쟁을 연구한 찰스 모스코스는 "이러한 동료애가 부대전투력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판단했다.

    이라크 북부를 순찰하는 미 해병대 / 연합뉴스

    동료들과의 깊은 유대가 생존을 위한 이기적 욕망의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전투 수행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반대 주장도 있다. 병사들 간의 사회적 결속이 강해질수록 임무적 결속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측에서는 병사들 간의 단합으로 인해 간부들이 부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육군참모대학 전략연구소에서 펴낸 도서 '그들은 왜 싸우는가:이라크 전쟁에서 전투 동기(Why They Fight: Combat Motivation In The Iraq War)'에서는 이런 두 가지 관점에서 이라크전에 참가한 미국 병사들과 이라크 병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이라크군의 가장 큰 전투 동기는 '강압'이었다. 탈영병들은 공개처형과 가혹한 처벌을 받았고, 그들의 부모까지 투옥됐다. 지휘관들은 정치적 이유에서 임명된 자들이었기에 군인으로서의 전술적 능력도, 병사와의 상호 존중도 없었다. 당연히 기본적인 전우애도 없었다.

    영화 '샌드캐슬'

    반면 미군은 '동료를 위해 싸운다'는 개념이 분명했다. 미군은 부대 생활과 훈련, 전투를 함께 수행하면서 친밀감과 연대감을 쌓으며 강한 사회적 결속을 형성했다. 이러한 사회적 결속으로 인해 병사 개개인은 유대감을 형성한 조직 내에서 높은 책임감을 갖게 됐다. 병사들은 "나의 실수로 전우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임무 수행에 더욱 집중했다. 책임감이 부대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조직에 대한 신뢰가 쌓여 '전투에서 이들은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는 전장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전우의 주특기 숙달 정도, 복무 기간 등은 이러한 믿음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직 상호 간의 신뢰와 결속력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조직에 대한 신뢰와 결속력은 '심리적 쿠션'으로 작용해 병사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실수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줬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

    그런데 이라크전에 참전한 병사들에게서는 이전과는 다른 경향이 발견됐다. 대다수의 병사은 이라크 인민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되찾아 주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드러냈다고 한다. 이는 남북전쟁이나 2차 세계대전과는 다른 경향이었고, 애국심과는 다른 보다 근본적인 도덕적 가치였다. 한 종군기자는 "여기에 있는 많은 병사에게 가장 강력한 동기는 이라크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썼을 정도였다. 군인들은 “어린이가 달려와서 좋아하는 모습만큼 큰 보상은 없다. 그들이 행복해하고 감사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라고 말했고, 그것은 도덕적 가치가 전투 동기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리하자면, 병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투 동기는 이데올로기나 애국심, 충성심 같은 게 아니라 '전우애'와 '도덕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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